News

16년 만에 태극마크 단 류현진, WBC서 '라스트 댄스' 준비

2026.01.12

투수조장 맡은 베테랑, 국제대회 경험 살려 후배들 이끌어

▲  역투하는 한화 이글스의 투수 류현진(한화 이글스 제공)
ⓒ 연합뉴스


16년만에 태극마크를 다시 달게된 류현진이 2026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국가대표로서의 라스트 댄스를 준비하고 있다.

12일 KBO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는 WBC를 대비하여 사이판 전지훈련에 돌입한 야구 국가대표팀의 모습이 공개됐다.

첫 훈련을 마치고 인터뷰에 응한 류현진은 "작년보다 빠르게 준비를 시작했다. 체계적인 훈련을 해오면서 올시즌 야구를 위해서 준비해왔다. 사이판 전지훈련이 날씨나 모든 면에서 투수들에게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른 팀 선수들과 처음 같이 훈련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수들을 알아가는게 중요하다. '빨리 친해지기'라는 목표를 가지고 1차 캠프에서 지내야할 것 같다. 원태인,소형준고영표 등 그래도 연차가 있는 선수들과는 벌써 가까워졌다."

류현진은 이번 대표팀에서 투수조장으로 선임됐다. 야수조장인 박해민과 함께 대표팀의 베테랑으로서 후배들을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풍부한 국제경험을 갖춘 류현진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크다.

류지현 대표팀 감독은 "류현진이 투수조장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김광삼 투수코치를 통하여 제안했을 때 본인이 흔쾌히 하겠다고 수락했다. 덕분에 대표팀 분위기가 기분좋게 흘러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1987년생인 류현진은 2006년 프로 데뷔 이후 KBO리그를 평정하고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하며 한 시대를 풍미한 슈퍼스타로 활약했다. 국가대표팀 경력도 프로 데뷔와 같은 2006년부터 시작하여 어느덧 20년이 됐다.

하지만 천하의 류현진에게도 태극마크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류현진의 첫 성인 국가대표 무대였던 2006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선발로 2경기에 나섰으나 승패없이 6.1이닝 7실점 자책점 9.95로 부진했다. 대표팀은 동메달에 그치며 류현진은 병역혜택 획득도 실패하고 '도하 참사'의 주범중 하나로 많은 비난을 들어야했다.

국제무대에서의 성공

류현진이 국제전에서도 진가를 드러내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류현진은 2년뒤 베이징올림픽 무대를 밟았다. 본선에서 김광현과 함께 원투펀치를 구축한 류현진은, 조별리그 캐나다전과 결승 쿠바전에서 선발로 출장하여 2경기 2승 17.1이닝 2실점 자책점 1.04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며 금메달 획득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류현진은 2009 WBC(준우승)에 이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금메달)에도 출전했다. 류현진은 난적이었던 대만전에서만 1라운드와 결승전에 모두 출전항 2경기 1승 자책점 3.60으로 선방하며 4년전 도하 참사의 설욕에 성공했다. 2010년 11월 19일 아시안게임 결승 대만전(4이닝 3실점)은 류현진의 국가대표팀 1기의 마지막 경기가 됐다.

이후 류현진은 해외진출을 하게 되면서 자의반 타의반으로 오랫동안 국가대표와 멀어졌다. 2012시즌 이후에는 포스팅(비공개 경쟁 입찰)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MLB) LA 다저스에 입단하게 되면서 2013 WBC 출전이 불발됐다. 2017년과 2023년 WBC에는 팔꿈치 부상과 토미존 수술로 인하여 대표팀에서 합류할수 없는 상황이었다. 2020 도쿄올림픽이나 2015, 2019 WBSC 프리미어등은 메이저리그 40인 엔트리 내 차출 금지 규정으로 인하여 출전이 불가능했다.

류현진은 2024년 12시즌간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정리하고 친정팀 한화 이글스를 통하여 KBO리그 무대로 귀환했다. 류현진이 한국무대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국가대표팀 복귀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렸다. 류현진도 대표팀 복귀에 대하여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지만, 지난 2024년 프리미어12에는 명단에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은 세대교체를 표방하여 30대를 넘긴 베테랑 선수들을 배제했다.

하지만 대표팀이 프리미어12에서 또다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두면서, 2026 WBC에서는 나이를 막론하고 최정에 대표팀을 꾸려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류현진은 한국무대 복귀 이후 2년간 2024시즌 10승 8패 자책점 3.87, 2025시즌 9승 7패 자책점 3.23으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토종 선발중 상위권의 경쟁력을 증명했다.

류현진의 기량과 대표팀을 향한 의지를 확인한 류지현 감독은, 결국 1차 WBC 사이판 전지훈련 명단에 류현진을 포함시키며 16년만의 국가대표팀 복귀가 확정됐다. 큰 이변없이 류현진이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2009년 이후 17년만의 WBC 출전이다.

류현진은 첫 WBC였던 2009년에는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5경기에서 1승 1홀드 자책점 2.57로 선전했다. 류현진이 대표팀에서 멀어진 이후, 한국야구는 WBC에서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 등 국제경쟁력 약화로 고전을 면치못했다.

올해 이전까지 류현진이 프로 데뷔 이후 성인 국가대표팀으로서 활약한 기간은 약 5년 정도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류현진은 올림픽(플레이오프 포함), WBC,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2회)까지 출전가능한 모든 국제대회에 출전하여 통산 14경기 51.2이닝(2위) 5승(역대 1위) 1패 1홀드 자책점 3.51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역대 대한민국 투수중 박찬호, 구대성, 김광현, 정대현 등과 함께 국제전에서도 인상적인 활약을 펼쳐준 에이스 중 한명이었다.

라스트 댄스, 유종의 미 도전

물론 류현진의 나이를 감안할 때 WBC에서 예전처럼 1선발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류현진은 지난 해 KBO리그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출전한 경기에서 타선이 강한 삼성, LG 등에 고전하며 에이징 커브에 대한 우려를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류현진이 중요한 승부처에서 활약해주고, 후배들에게 부족한 국제대회 경험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것만으로도 그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류현진은 올해 139.1이닝간 사사구를 단 29개밖에 내주지 않으며 9이닝당 볼넷 개수는 1.62개를 기록할만큼 정교한 제구력은 여전했다. 국제대회만 나가면 강한 구속에 비하여 볼넷을 남발하는 투수들에게 류현진의 투구 노하우를 가까이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수업이 될수 있다.

무엇보다 류현진의 나이를 감안할때 이번 WBC는 커리어의 마지막 태극마크가 될 가능성이 높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류현진이 한국야구의 국제경쟁력 재건과, 화려했던 태극마크 커리어에 '유종의 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라스트 댄스를 장식할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