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OSEN=청주,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괴물 투수’ 류현진(37)이 12년 만에 오른 청주 마운드에서 개인 통산 1300탈삼진 기록과 함께 시즌 최다 8이닝 투구로 5승째를 따냈다. 9이닝 기준 한 경기 최다 17탈삼진 대기록의 추억이 있는 청주에서 14년 만에 승리를 따냈다. 8이닝 무실점으로 완봉에 도전할 수도 있었지만 4일 휴식인 다음 등판을 생각해 포기했다.
류현진은 18일 청주구장에서 치러진 2024 신한 SOL Bank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홈경기에 선발등판, 8이닝 5피안타 무사사구 8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한화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류현진의 청주 경기 승리는 정규이닝 기준 한 경기 최다 17탈삼진을 기록한 2010년 5월11일 LG전(9이닝 5피안타 1피홈런 1볼넷 17탈삼진 1실점) 이후 5153일 만이다.
지난 4월5일 고척 키움전에서 4⅓이닝 9피안타 2볼넷 2탈삼진 9실점으로 크게 무너지며 데뷔 후 최악의 투구를 했는데 74일 만의 리턴 매치에서 키움에 완벽하게 설욕했다. 시즌 5승(4패)째를 거둔 류현진은 평균자책점도 3.75에서 3.38로 낮췄다. 지난달 14일 대전 NC전부터 최근 6경기 3승 무패 평균자책점 0.73으로 완벽히 살아났다.
한화가 5년 만에 청주구장을 찾은 가운데 류현진은 무려 12년 만에 이곳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012년 4월19일 LG전 이후 4443일 만의 청주 등판으로 세월이 흘러도 에이스의 위용은 변함없었다. 홈에서 펜스까지 거리가 좌우 99.5m, 중앙 114m 미니 구장에서도 류현진은 흔들리지 않고 괴물다운 투구를 펼쳤다.
1회 시작부터 공 8개로 가볍게 삼자범퇴했다. 이주형과 로니 도슨을 좌익수 뜬공, 김혜성을 2루 땅볼로 처리한 류현진은 2회에도 송성문을 2루 땅볼, 이원석을 몸쪽 직구로 루킹 삼진 잡으며 기세를 올렸다. 최주환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았으나 김건희를 3구 삼진 요리했다. 초구 높은 커브로 스트라이크 선전함 뒤 2~3구 연속 낮게 떨어지는 체인지업으로 헛스윙을 이끌어냈다.
3회에도 원성준을 2루 땅볼, 고영우를 중견수 뜬공, 이주형을 3루 직선타로 다시 한 번 삼자범퇴한 류현진은 4회 첫 위기를 맞았다. 도슨에게 유격수 내야 안타를 허용한 뒤 김혜성에게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빗맞은 안타 허용했다.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무사 1,2루 위기에 몰렸지만 송성문을 3구 삼진 처리하며 한 고비 넘겼다. 투스트라이크 유리한 카운트에서 3구째 직구를 바깥쪽에 넣으며 헛스윙을 뺏어냈다. 개인 통산 1300탈삼진으로 KBO리그 개인 통산 15번째 기록.
이어 이원석 타석 때 포수 최재훈이 1루에 총알 같은 견제구를 던져 리드폭이 컸던 김혜성을 잡아냈다. 수비 도움을 받으며 이어진 2사 2루에서 이원석의 투수 앞 땅볼 타구를 직접 처리하며 무사 1,2루 위기를 실점 없이 넘겼다.
5회에도 위력을 이어갔다. 지난 4월5일 고척 경기에선 4회까지 무실점으로 막다 5회에만 7연속 포함 8피안타 2볼넷 9실점으로 크게 무너졌지만, 이날 경기는 달랐다. 최주환을 우익수 뜬공, 김건희를 3루 땅볼 잡은 뒤 원성준을 커브로 헛스윙 3구 삼진 돌려세우며 삼자범퇴로 건너갔다. 5회까지 투구수도 57개밖에 되지 않았다.
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6회에도 고영우를 바깥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한 뒤 이주형과 도슨을 연속 2루 땅볼 유도하며 삼자범퇴로 끝낸 류현진은 7회 선두 김혜성에게 안타를 허용했지만 주자를 잘 묶어둔 채 3타자를 아웃시켰다. 투구수 84개로 8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2사 후 고영우에게 좌전 안타를 맞았다.
투구수 96개가 되자 박승민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지만 류현진은 투구 의사를 보였다. 이어 다음 타자 이주형을 5구째 몸쪽 높은 직구로 헛스윙 삼진 처리하면서 8이닝 무실점 투구를 완성했다. 총 투구수 101개로 최고 시속 149km, 평균 143km 직구(50개) 중심으로 커브, 체인지업(이상 23개), 커터(5개)를 구사했다.
경기 후 류현진은 완봉승을 놓친 것에 대해 “안 아까웠다. 전혀 아깝지 않았다”면서 “오늘이 화요일이 아니었더라면 (9회까지) 내가 던지려고 했을 것이다. 일요일(23일 광주 KIA전)도 있다”면서 주 2회 등판인 만큼 무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 대신 8회 2사 1루에서 박승민 투수코치가 마운드에 올라왔을 때는 “제가 책임질게요”라고 말한 뒤 삼진을 잡고 8회를 직접 마무리했다.
12년 만에 치른 ‘투수들의 무덤’ 청주 경기에 대해선 “처음에는 조금 걱정을 했는데 경기에 들어가고 나선 괜찮아졌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내가 (미국) 가기 전보다 펜스 높이가 높아졌다”며 7회 최주환의 좌측 펜스 앞까지 날아간 뜬공 타구에 대해선 “(좌우) 구석이 제일 위험한 곳이다. 빗맞은 것 같았는데 좌익수(장진혁)가 계속 뒤로 가길래 놀랐다”고 돌아봤다.
지난 4월5일 경기에서 9실점 굴욕을 안긴 키움과의 리턴 매치라 류현진도 독하게 마음먹고 던졌다. 그는 “키움이라서 아무래도 의식을 했다. 대비를 한 것보다는 1회 1~2번 타자한테 맞은 정타가 잡히면서 잘됐다. 주자가 나갔을 때 최대한 연속 안타를 맞지 않으려고 신경을 썼다”며 “(4회 1사 1,2루) 중요한 상황에서 (최)재훈이가 견제사를 잡아낸 것도 컸다”고 동료들에게 고마워했다.
이제 완전히 류현진다운 모습을 찾았지만 스스로는 더 보여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류현진이 돌아왔다는 표현에 그는 “아직 아니다. 올스타전은 지나야 할 것 같다. 후반기에 더 강해져야 한다”면서 현재 컨디션에 대해선 “지금도 100인데 120~130까지 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제 시즌은 절반이 지났고, 괴물은 보여줄 게 많이 남아있다. /waw@osen.co.kr
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
한화 류현진. /한화 이글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