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존 적응 마친 뒤 영리한 투구
구위도 살아났지만 승운은 없어
괴물 본능이 깨어나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류현진(37·한화 이글스)이 KBO리그에 서서히 적응하면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투구) 피칭을 이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 공격적인 피칭을 선보이다 자동볼판정시스템(ABS)에 적응하지 못해 대량 실점을 쏟아냈던 모습은 사라졌다.
류현진은 5월 중순을 넘어가면서 안정감 있는 투구를 선보이며 시즌 전 기대했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4월초 8점대까지 치솟았던 평균자책점은 13일 현재 3.75까지 내려앉았다. 국내 투수 중 네 번째로 낮은 수치이다. 특히 최근 5경기만 살펴보면, 29이닝 동안 3자책에 그쳐 0점대(0.93)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다.
류현진은 특유의 영리한 경기 운영으로 효율적인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 사사구를 최소화하는 동시에 맞을 때 맞더라도 위험한 상황에서는 삼진을 솎아내며 실점을 최소화하고 있다. 지난 12일 두산 베어스전에서는 9개의 안타를 허용했음에도 자책점 없이 타선을 묶었다. 시즌 초반 콘택트 능력이 좋은 KBO 타자들을 상대하며 고전했지만, 이제는 노련함과 여유로움을 찾은 모습이다. 민훈기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압도적인 구위로 타자들을 잡기 보다 강약 조절을 하면서 집중타를 맞지 않는, 자기만의 피칭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모습은 자동볼판정시스템에 적응한 결과이기도 하다. 류현진은 심판과 타자에 따라 변하는 스트라이크존의 경계를 넘나드는 제구력으로 승부를 본다. 때에 따라 공 반개를 더 넣거나 빼는 방식으로 스트라이크를 잡아냈는데, 이런 방식이 자동볼판정시스템에선 통하지 않아 초반에는 고전했다. 하지만, 여러 경기를 치르며 기계가 설정한 존을 찾아내 이를 이용하는 상황까지 나아갔다. 민훈기 해설위원은 “본인의 스타일을 에이비에스(ABS)존에 맞추면서 이제 기계가 설정한 존을 가지고 놀게 됐다”고 평가했다.
구위도 점차 올라오고 있다. 12일 두산전에서 류현진의 최고 구속은 시속 150㎞를 찍었다. 평균 속구 구속을 140㎞ 중후반대로 유지하다 실점 위기의 순간에는 전력투구를 한다. 배터리 호흡을 맞춘 이재원은 “구위가 점점 올라와 위기 때는 속구 위주로 던져야겠다고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호투에도 팀 타선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서 승운은 없다. 류현진은 귀국 당시 최소 13승 이상을 달성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타고투저 상황을 고려해도 13경기에 출전해 거둔 4승(4패)은 자못 아쉬운 승수다.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
기사 출처 https://www.hani.co.kr/arti/sports/baseball/114471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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